이진호 명예기자
농구, 시간의 스포츠
농구는 5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4쿼터(쿼터당 10분)의 제한된 시간(총 40분, 2400초) 동안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시도와 확률의 스포츠다. 이러한 규칙 중에서 공격에 대한 시간 제한(24초, 경우에 따라서는 14초)에 주목하여 이번 시즌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타구단의 변화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두 팀의 총 득점을 T라고 한다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총 득점은 두 팀의 득점의 합이며, 각 팀은 슛시도 횟수와 슛성공률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슛성공률(P:Probability)은 3점 성공률, 2점 성공률 그리고 자유투 성공률로 구성된다. 농구의 특성상, 블루밍스가 공격권을 가지고 슛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면, 상대팀은 수비를 진행한다. 즉, 블루밍스 슛시도 횟수(μ)와 상대팀 슛시도 횟수(μ)는 서로 상반 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관계를 좀더 쉽게 표현하기 위해서 총 득점으로 각 팀의 득점을 normalization 하게 되면,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블루밍스의 득점은 공격 시도와 그에 해당하는 확률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슛 성공률(P)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확률 속에서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로 얼마나 공격을 시도했느냐(μ)도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은 축구를 통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의 프로축구 ‘Premier League’의 ’21~22 시즌 8라운드 경기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슛의 시도와 팀평점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공격의 시도가 많을수록 팀의 평점이 높고 승률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농구를 비교해 보면 공격 시간에 대해 제약이 있는 농구에서는 주어진 시간에서 얼마나 효과적, 효율적으로 시도해야 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μ와 1-μ사이의 전략
농구에서 한 팀의 한 번 공격이 24초 혹은 14초 내에서 공격 시도(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며, 공격 시도 횟수(μ)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비하는 횟수(1- 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농구의 수비는 득점을 못하게 하는 것에서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슛 시도를 줄일 수 있는 것까지 수비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두 팀이 한정된 시간안에 득점으로 승부를 하는 방식의 스포츠에서는 수비가 더욱 중요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수비하는 횟수(1- μ)를 억제했다는 것을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1. 리바운드와 2. 스틸이다. 이 두 가지는 확실히 팀의 공격 시도를 늘이면서 동시에 상대팀의 공격 시도를 줄일 수 있는 주요한 수치가 된다. 작년 시즌의 각 팀 리바운드와 스틸 그리고 이들의 총합을 보면 각 팀이 얼마나 효율적인 수비를 했는지 심플하게 볼 수 있다.
'20-'21시즌 1라운드 각 팀별 리바운드+스틸, 리바운드, 스틸 수치
2020-2021시즌 기록에서 리바운드만으로 수치를 보면 블루밍스의 시즌 전체의 리바운드는 3위(1153개)로 4위의 BNK(1132개), 5위의 하나원큐(1114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스틸까지 합친 수치(1351개)를 보면 60여개 차이로 앞서있다. 그리고 리바운드와 스틸의 수를 합친 상위 3팀이 작년 플레이오프를 올라갔었다는 사실을 보면 농구에서 리바운드와 스틸은 공격 시도 횟수(μ)를 늘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의 1라운드는 어땠을까.
'21-'22시즌 1라운드 각 팀별 리바운드+스틸, 리바운드, 스틸 수치
블루밍스의 1라운드 결과를 보면 흥미롭게도 리바운드의 경기당 수는 하위권에 속하지만 스틸의 수를 합치면 중위권으로 올라가게 된다. 팀의 장점인 스틸은 유지하고 약점인 리바운드를 보완한다면 이번 시즌 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리바운드와 스틸의 합친 경기당 수치가 51.3개를 이룬 신한은행은 작년 대비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그럼 실제 공격시도 횟수(μ)를 직접 살펴보면,
최근 2시즌 각 팀별 공격 시도 횟수
강팀 전력으로 평가되는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을 제외한 각 팀이 작년 대비 많은 공격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연장선상으로 작년엔 전체 팀의 공격시도가 평균 70.3회이었다면 ‘21~22시즌 1라운드에서는 전체 팀의 공격시도가 74.7회였다. 한 경기당 2400초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1회 공격당 평균 시간을 알 수 있는데, 작년에는 1회 공격시도에서 17.1초가 걸렸다면 이번 시즌 1라운드에서는 16.1초로 1초가 빨라졌다. 이는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더욱 공격적이고 다이나믹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떼 농구 그리고 플래툰 시스팀(Platoon system)
더 빨라진 공격과 더 많아진 공격시도는 선수들의 체력과 연결된다. 지난 플레이오프 시즌 때 가용 선수를 많이 갖고 가던 블루밍스처럼 이번 시즌 초 대부분의 구단들은 소위 “주전 몰빵”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가용인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2시즌 각 팀별 주요선수 가용인원
위의 그림은 1라운드 기준 경기당 5분 이상, 3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들을 표기하였다. 많은 팀들이 ‘베스트5’ 외에도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여 체력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동일 포지션에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는 것을 ‘벌떼 농구’라고 부른다. 소위 ‘벌떼 농구’는 체력 안배가 표면적인 목적이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플래툰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플래툰 시스템은 여러 유형의 선수들을 보유하여 다양한 전술 옵션에 활용해 경기를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블루밍스가 지향하는 모습이 바로 이러한 운영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1라운드의 블루밍스 공격시도는 상대팀 대비 어떠한 결과를 보였을까, 결과는 아래와 같다.
1라운드 상대팀별 공격횟수 비교
많은 점수차로 승리를 거둔 하나원큐 전은 많은 공격 시도를 통해 점수차를 벌리는 경기 양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낮은 공격시도에도 극적인 역전승을 이룬 BNK전이다. BNK 전의 경우, 공격 시도 대비 높은 슛 성공률을 보였는데, 무려 50%를 넘는 야투 성공률을 보여줬다. 1라운드 블루밍스의 평균 야투성공률이 38%임을 감안하면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공격 시도 횟수를 5~6번정도 더 늘려야 한다. 공격 횟수를 늘리려면 빠른 공격도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리바운드 및 스틸 등의 수비 성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끊임없이 시도하여 블루밍스가 성장하길 바라며
WKBL의 1라운드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 막 시작한 여자농구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이제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야구에서는 타자가 배트를 스윙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윙하지 않으면 본인팀의 공격시도 ‘μ’=0에서 끝나지만, 농구에서는 선수가 슛찬스에서 슛을 쏘지 않으면 ‘μ’=0이 되고 상대팀의 ‘μ’=1 된다. 확률은 끊임없는 성공과 실패가 이루어진 노력의 산물이다. 끊임없이 시도하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아직 많은 불안 요소들이 있지만, 작년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다이나믹해진 블루밍스의 올시즌 성장을 기대해본다.
기획/기사 - 이진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