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명예기자
"당신은 누구십니까" 1편 '사람 강유림'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무늘보예요.”
‘강유림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라는 질문에 대한 강유림의 답변이다. 빠른 슛타이밍으로 3점슛을 성공시키는 그녀였지만 놀랍게도 본인을 빠른 스피드를 갖고있는 동물이 아닌 나무늘보에 비유했다. 실제로 강유림은 농구 할 때를 제외하면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평범한 20대 소녀이다.
시즌 초반 본인의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경기 탓에 힘들어하던 그녀였지만 최근 다시 역량을 끌어올려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강유림을 만났다.
강유림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미소를 잃지 않고 재밌다며 모든 질문에 활기차고 나긋나긋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코트에서 보여주는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이번 기사의 주제는 ‘WHO ARE YOU’이며, 총 세 편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1편에서는 농구가 아닌 순수한 ‘사람 강유림’에 대하여, 이어 2편에서는 ‘농구 선수 강유림’ 마지막으로 3편에서는 2023-24시즌을 넘어 ‘미래 강유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갈 것이다.
‘강유림을 총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설명해주세요!’
스스로를 나무늘보라고 칭했지만 첫 번째 키워드를 고민없이 빠르게 작성했다. 바로 ‘ISFP’이다. “검사했을 때도 ISFP였는데 지내다 보니까 저는 ISFP가 맞는 거 같아요. 농구를 할 때 빼고는 언제나 누워있어요. 나무늘보 맞는 거 같죠(웃음)?”라고 특히 I(내향형)를 강조했다. “사실 F랑 T는 반반이에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공감을 해줘요. 그래도 머릿속에서 바로 해결책이 떠오를때도 있어요.” 이어 “그래도 공감이 먼저죠!”라고 말했다.그의 말을 듣다보면 ‘강유림 = ISFP’가 마음 속에 딱 새겨질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키워드는 ‘블루밍스’와 ‘슈터’이다. ‘농구 선수 강유림’이 아닌 ‘사람 강유림’을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사람 강유림 즉, 그의 인생에서 농구는 절대 빠질 수 없는 키워드였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팀이고, 저는 팀에서 슈터를 맡고 있어요.”
슈터 말고 다른 포지션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1초만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키가 커서 센터였어요. 초등학교 6학년때 이미 키가 168cm였는데 더 많이 크지 않더라고요(웃음).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센터를 가끔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드리블만 잘 했으면 가드도 좋았을 거 같은데…”라며 농구 얘기가 나오는 순간 그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본인의 삶에서 농구는 빼놓을 수 없고 농구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이 상대방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네 번째 키워드는 ‘웃음’이었다. ‘웃음’을 첫 번째로 뽑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 인사를 할 때도, 질문을 할 때도, 또 답변을 할 때도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제가 웃음이 많아요. 웃음장벽이 낮은 것도 맞는데 팀에서 언니들, 동생들이랑 말할 때 반응도 많이 하는 편이고, 블루밍스 선수들이 다 재밌어요(웃음).”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보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본인에게 전해지는 동료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블루밍스에서 그 동료는 바로 강유림이다.
마지막으로 뽑은 키워드는 ‘귀차니즘’이다. “운동하는 거 말고는 다 귀찮아요..”라며 진지하게 인터뷰를 하고 있던 기자 본인도, 블루밍스 관계자분도 모두 웃음이 터졌다. 이어 “운동 끝나고 아무 걱정없이 집에서 누워서 쉴 때가 가장 좋아요. 이때는 모든 게 귀찮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 귀찮다던 그녀가 유일하게 귀찮지 않은 것은 ‘운동’이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이는 그녀가 자연스레 운동 그리고 농구를 얼마나 아끼는지 말해주는 답변이기도 하다.
‘이 중에 답변하고 싶은 카드를 뽑아서 설명해주세요!’
사전에 전달한 질문카드 중 그녀가 가장 답변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고 했다. 바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과 자기관리 방법이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잠을 자는 걸 좋아해요. 왜냐하면 잠을 자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잖아요.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잠을 자는 건 좋은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관리는…잠이요(웃음)! 그래도 너무 누워있으면 농구를 할 때 몸이 무거워서 조금은 움직이죠.”라며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자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농구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쉬는 게 좋아도 자연스레 그의 일상에 농구가 심어져 있던 것이다.
다음 질문카드는 ‘어떻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나요?’이다. 이 질문에는 “좋은 게 좋은 거죠(웃음). 그래서 둥글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오래 가지 않아요.”라며 기분이 상해도 잠을 자거나 집에서 쉬다가 보면 금세 괜찮아진다며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강유림이 마지막으로 뽑은 질문카드는 ‘최근에 어떤 점에서 성장했다고 느끼나요?’이다. 그녀는“사실 시즌을 시작하고는 제 마음처럼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아서 마냥 힘들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2023-24시즌의 블루밍스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우리가 알던 강유림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어 “만약 예전의 제가 이번 시즌을 맞이했다면 한없이 속상했을 거고 피드백을 위해서라도 해당 경기 영상을 보기 싫었을 거예요. 근데 어려움을 겪어도 극복하다 보니 이제 이런 일에 깊게 빠져들지 않아요.”라며 평정심을 찾은 본인의 모습에서 성장과 멘탈적인 부분에서의 성장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농구장에서 매서운 3점슛을 보여줬던 그녀의 반전 모습과 함께 우리 모두 인터뷰에 빠져들며 더 많은 질문카드와 함께 했다. ‘가장 잘하는 메뉴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카드에는 고민없이 ‘미역국’을 뽑았다. 주말 아침에 끓여봤던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서 저녁에 또 끓여먹었다는 답변에서 그의 순수함까지 엿볼 수 있었다.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해보니까 요리가 재밌어졌어요! 제육볶음, 쇠고기무국 그리고 제가 예전에 포기했던 된장찌개까지 다 맛있게 되더라구요!(웃음)”라며 농구에 이은 요리에도 자신감을 드러낸 강유림이었다.
다음은 20개의 사진을 준비했다. 그리고 본인을 가장 잘 설명하는 사진을 뽑아달라 했다.
첫 번째 사진은 한 사람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 사진을 보자마자 끌렸다고 한다. “놀 땐 다같이 놀아도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해요. 자연도 너무 좋아해서 사진에 나온 장소 같은 곳을 혼자서도 가요.”
다음은 그림을 가지는 사진을 골랐다. “원데이 클래스를 좋아해요. 손으로 작은 소품들 만드는 것도 재밌더라구요.”라며 어디를 가든지 원데이 클래스를 꼭 간다고 말했다. “제주도로 휴가 갔을 때도 엽서에 바다를 그리는 수업을 들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 거 있죠?(웃음)”라고 말하며 그의 취미생활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른 사진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사진이다. 강아지랑 고양이를 좋아하는 강유림은 독립하게 되면 꼭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 본가에서 ‘꿀’이라는 강이지를 키우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또 보고 싶네요.”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다.
사람 강유림으로서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다음 이야기는 농구 선수 강유림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농구이야기가 시작된다.
-2편에서 계속-
기획/기사 - 정재근 명예기자